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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빙글빙글 도는 어지럼증… 이석증일까, 메니에르병일까
"갑자기 땅이 빙글빙글 도는 느낌이 들고 중심을 잡기 힘들어요."
"가만히 있어도 어지럽고, 귀가 먹먹하게 막힌 느낌이 들어요."
이처럼 어지럼증은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증상이지만, 그 원인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특히 귓속 평형기관의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어지럼은 일반적인 피로나 스트레스와는 다른 메커니즘을 가집니다.
의학적으로 어지럼증(Vertigo)은 중추신경계, 말초신경계, 혈압, 귀의 전정기관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중 가장 흔한 말초성 어지럼의 대표적인 질환은 이석증(BPPV)과 메니에르병(Meniere's disease)입니다.
이석증과 메니에르병의 차이
이석증은 내이(內耳)에 존재하는 작은 균형 감지 결정체, 즉 '이석(耳石)'이 제 위치에서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 안으로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이로 인해 머리를 특정 방향으로 움직일 때 갑작스러운 회전성 어지럼이 발생하고, 증상은 일반적으로 1분 이내로 짧게 지속됩니다.
특징적인 점은 청력 저하나 이명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치료는 이석을 제자리로 되돌리는 애플리(Epley) 수기법이나 전정재활운동으로 빠른 호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반면 메니에르병은 내이 내림프액의 과도한 증가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어지럼뿐 아니라 이명, 청력 저하, 귀 먹먹함 등 청각 증상을 동반합니다. 증상은 수 시간 지속되며 반복될수록 청력 손실 위험도 커집니다. 메니에르병은 단순히 균형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내이의 압력 조절 이상으로 발생하며, 이뇨제나 식이조절(저염식)이 치료의 핵심이 됩니다.
한의학적 해석과 치료 방법
한의학에서는 어지럼증을 '현훈'이라 하며, 원인을 담음(불필요한 체액의 정체), 기혈 순환 장애, 간 기능의 이상 등으로 구분하여 해석합니다. 이석증은 귀로 가는 기와 혈의 흐름이 막히면서 균형을 잡아주는 전정기능이 약해진 상태로 보며, 메니에르병은 담음이 귀와 머리 쪽으로 몰려 압력이 상승한 상태로 이해합니다.
이에 따라 한의학적 치료는 귀 주변과 머리, 목의 혈류를 개선하는 침 치료, 담음을 제거하고 내이의 압력을 조절하는 한약 처방, 특정 혈자리에 뜸과 약침을 활용한 자율신경 안정 요법 등이 활용됩니다. 더불어, 생활습관 개선도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수면 부족, 스트레스, 과도한 수분 섭취나 염분 과다 섭취는 귀안의 압력을 변화시켜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반복되는 어지럼증, 놓치지 말아야
이석증과 메니에르병은 겉보기에 유사해 보일 수 있지만, 원인과 치료 방식은 매우 다릅니다. 정확한 감별 진단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단순 어지럼증은 피로나 수면 부족, 스트레스 등으로 일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휴식만으로도 회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어지럼이 반복되거나 청력 저하, 이명 등 다른 증상을 동반한다면 반드시 귀 질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한 진료가 필요합니다.
귀는 몸의 균형을 잡는 중요한 기관입니다. 귀의 건강을 돌보는 것은 단지 이비인후과적인 문제가 아니라 전신 건강과 삶의 질을 지키는 일입니다.